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도래한 접속의 시대의 '명'과 '암'을 소개했습니다. "세계 인구의 1/5은 사이버스페이스를 넘나들고 접속 관계를 즐기는 반면, 나머지 인구는 물질적으로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삶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연속이다. 그들은 광섬유 케이블, 위성 전송, 휴대폰, 컴퓨터 모니터, 사이버스페이스 네트워크와는 담을 쌓고 살아간다.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격차도 크지만 연결된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욱 크다."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곧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고 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러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인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매체들을 통해 알파고에 경탄하고 주위의 대형 상점가를 통해 드론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조차 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만큼이나 더 문제인 것은 바로 '정보격차'의 심화에서 기인하는 사회적 양극화입니다. 단적인 사례로, 잘 사는 동네에는 요 근래 코딩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동네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자체로만 놓고 보면 양적인 보급률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 활용의 질적 내용을 파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연결된 사람'과 '연결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비극적이게도, 연결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연결된 사람들은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지만, 연결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거니와 간신히 연결이 되었다 하더라도 따라가기에 급급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레미 리프킨은 정보격차의 심화를 예상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핵심 키워드인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CT)를 두고 많은 논의들이 있어 왔습니다. 지넷 윙(Jeannette Wing) 박사는 컴퓨팅적 사고를 '컴퓨터공학의 기본개념을 끌어와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설계하고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소개합니다. 즉, 달리 말하면 '컴퓨터의 해결 능력을 활용하여 복합적 사고를 통해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차세대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컴퓨팅적 사고는 단순한 코딩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방법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단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조작만 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통적인 학술 영역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다양성과 복잡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컴퓨팅적 사고는 문제해결에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컴퓨팅 시스템의 특성, 효용, 한계를 알고 적합한 모델의 설계와 실질적인 구현 능력을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사례를 하나 소개해볼까요. 우리는 상처가 났을 때 상처 부위에 밴드를 붙이는데, 밴드는 상처 부위에 적정 습도를 유지하고 외부감염을 방지하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치유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자주 밴드를 교체하게 되면 습도가 유지되지 않아 오히려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심하게는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 오리건에서 온 13살의 Anushka는 스마트센서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이 센서는 밴드를 붙인 상처 부위의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어느 시점에 밴드를 교체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준다고 하는데요. 이 작은 아이디어와 컴퓨팅적 사고의 산물이 단순한 상처 뿐 아니라 만성 창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최근에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역량이 정말 뛰어나고 의지 또한 넘치는 학생이 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느라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는 바람에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소프트웨어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손가정을 비롯한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는 여전히 그 진입장벽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교육이 단순한 코딩 위주로 편중되어 있거나 재미 만을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니 과학·공학 융합(STEM) 교육으로부터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년·대학생 자원봉사 멘토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팅적 사고 체험교육 프로그램'은 우리 주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컴퓨팅적 사고를 활용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3개월 간 실제로 융합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잠재적 탐구역량을 발견하고, 또 유의미한 결과들을 도출하여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현직 과학 선생님 등 융합교육 분야 전문과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자 합니다.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을 길러주는 흥미로운 교육 콘텐츠!
뿐만 아니라 우수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국내·외 대회 출전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진로 조성을 통해, 사회적으로도 '숨어있는 진주'를 발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